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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전시회

다섯 벌의 옷과 양말 한 켤레

안녕하세요. 랜선 전시회를 보러 이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제 소개를 해볼까요. 제 이름은 이선민이고 영화와 커피를 좋아합니다.라고 예전에는 이렇게 설명했겠지만 최근 몇 년을 보내며 뜨개가 추가되었습니다. 

 

함께 보그 과정 지도원 수업을 들었던 다른 분들보다 저의 뜨개 경력은 짧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위축되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뭐든지 하다 보면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멀리 내다보며 나의 속도로 나만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그럼 지도원과정에서 만든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개더슬리브 풀오버 (반소매)

 

하마나카 엑시드울 FL라메 col.512

LYKKE 3.5mm 

 

 

 

개더 슬리브 소매를 연결할 때 긴장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몸판과 소매 연결이 어려워서 열심히 떠 놓은 작품을 망칠까 봐 겁이 많이 났어요. 지금은 많이 발전해서 겁은 없어졌습니다.  : )  대바늘 지도원과 첫 작품이라 기대 반 두려움 반과 함께 했던 작품입니다. 촬영을 위해 오랜만에 다시 입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옷이 체형을 보정해주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2. 폴로 칼라 풀오버

 

DMC 네추라 저스트 코튼 col.83 과 Extri 리넨 체인지 col.4 합사

LYKKE 3.5mm

 

 

 

참 손이 많이 갔던 작품입니다. 사이드 다트를 처음 배웠는데 앞여밈 부분도 신경 써야 하고 칼라까지 붙여줘야 한다니! 시작하기 전에는 막막했는데 하다 보니까 또 되더라고요. 칼라는 게이지 조정을 해가며 치수 조정하는 법을 배웠고 무엇보다 신기하고 재미있던 건 칼라 받침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정이 귀찮더라도 생략하지 않고 꼼꼼하고 성실할 것. 폴로 칼라 풀오버를 배우며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배우고 느꼈습니다. 

 

 


 

 

3. 프리 래글런슬리브 풀오버

 

리치모아 엑설런트 모헤어 카운트 10 col.79/81/84  2겹 사용

니트프로 심포니 4.5mm

 

 

이번 작품에서는 옷의 형태적 디자인은 유지한 채 무늬를 바꾸어 만들어보았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상체 부분에만 작은 무늬가 들어갔지만 그 무늬를 고르고, 실과 어울리는지 스와치를 내보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요... 니트 디자이너의 고충을 아주 조금이라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디자인한 옷을 완성해서 입어보니 설명하기 복잡한 감정이 올라왔는데 완성의 기쁨 + 머릿속 생각처럼 구현되지 못한 아쉬움 + 하나뿐인 옷이라는 즐거움 등이 섞여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옷을 완성한 뒤,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모헤어 실로 옷을 떠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숭덩숭덩 떠지는 속도감, 모헤어 두 겹만으로 느끼는 포근한 가벼움이 실을 만지는 내내 기분 좋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돌돌이 테이프 클리너로 뒷자리 정리는 필수였답니다...)

 

 


 

 

4. 래글런형 둥근 요크 풀오버

 

로완 펠티드 트위드 col.185 (바탕색) col.150/151/158/161/177/184 (배색)

킨키아미바리 Seeknit 6호 (3.9mm)

요크의 무늬는 바람 공방 FAIRISLE and NORDIC 도서 참조

 

 

빈티지 스웨터를 좋아해서 지도원 교과서를 처음 봤을 때부터 둥근 요크 풀오버를 얼른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요크의 무늬만 교과서와 다르게 넣어보았는데, 무늬는 다른 책에서 참고했지만 배색이 큰 고민이었습니다. 바탕색을 포함하여 한두 가지 색만 넣어서 요크를 배색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 그런 모노톤 니트가 유행이었다면서요?) 왠지 많은 색을 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색을 고민하다 보니 한 볼만 더... 한 볼만 더... 하다가 실을 많이 사기도 했고요. 해보신 분들은 많이들 공감하실 거예요. 

 

다양한 색깔을 넣었지만 생각보다 은은하면서 화사했습니다. 털 날림이 있지만 배색에는 참 좋은 실이라고 강력 추천합니다. (여기도 돌돌이 필수요...) 지도원 동기들과 각자의 취향대로 완성된 요크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체형을 고려하여 제도 시 요크의 길이를 늘려주었는데 입어보니 수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배색 실은 아직 남아있는데 우선 가볍게 겨울 모자를 만들어보고 싶네요. 이렇게 배색의 늪으로...

 

 


 

5. 앞단과 이어지는 후드 재킷

 

퍼피 브리티시 에로이카 col.168과 리치모아 엑설런트 모헤어 카운트 10 col.74 합사

킨키아미바리 Seeknit 12호(5.7mm)

 

 

 

지도원과의 마지막 작품인 후드 가디건입니다. 초겨울에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아란 무늬 겉옷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실 선택은 선생님의 사범 졸업작품을 보고 참고했습니다. 지도원의 마지막 작품이니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멍석 뜨기 무늬가 복병이었지요. 선생님과 수강생 모두가 멍석 뜨기에서 예쁘게 코를 줄이고 늘이는 법에 대해서 함께 고민했습니다. 아란 무늬는 완성하면 만족도가 높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패턴입니다. 언젠가는 가볍고 가는 실로 몸에 편안하게 맞는 스웨터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양말

 

하마나카 korpokkur col.1/13/19

킨키아미바리 Seeknit 2호(2.7mm)

 

 

교과서에는 하이 삭스가 나와있지만 제겐 도무지 실용적이지 않을 것 같아 일반적인 양말의 길이로 만들었습니다. 이전에 혼자 일서를 보며 양말을 두어 번 만들어 보았는데, 모양은 괜찮지만 착용 시 2% 아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양말은 제도를 통해 만들어서 제 발에 더 잘 맞아 매우 마음에 듭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일 년 동안의 결과물을 뒤늦게라도 정리해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동안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니트 디자인을 꾸준히 해볼 생각입니다. 저는 보그 과정을 통해 뜨개를 시작했지만 뜨개를 배우고 즐기는 법은 다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에게 잘 맞는 방식으로 일상의 뜨개를 즐기길 바랍니다. 

 

 

 

글  이선민 (니트앤온리 @knitando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