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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전시회

우리의 뜨개 속 나의 뜨개

학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예술을 좋아하는 마음만큼 작업을 잘하지는 못했고 예술을 할 그릇은 못된다 깨달아서 할 거 다 하고 애매한 시기에 포기했습니다. 현재는 뜨개를 만나 정신 연령이 젊어지는(뜨개가 치매 예방이 돼서 일까요?) 경험 중입니다. 2019.2월 대바늘 지도원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어떤 결심이나 목표도 없었지만 보그 니팅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던 시기였습니다. 한 가정의 아내, 엄마이면서 뜨개를 일로서 하며 겪게 된 많은 일들이 어렵고 힘에 부쳤습니다. 지나 보니 그 시간들은 저에게 필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는 혼자서 다하려는 무리한 목표는 접고 뜨개처럼 한코 한단이 편물을 만들어가듯 정성과 여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뜨개를 사랑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까지 갖춘 동료들을 만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프롬 니트라는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글과 사진을 남깁니다. 저희의 흔적을 즐겁게 즐겨주세요.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개더 슬리브 풀오버

실: skiyarn mirinae / 바늘: 5호

 저희들의 뜨개 선생님, @knitsoonatelier 디자인입니다. 실 선택도 원작과 동일하게 하고 컬러와 사이즈만 다르게 작업했습니다. 면실로 뜨는 니트는 처음이었는데 봄 가을에 입기 좋게 완성되었습니다. 교과서와 다른 제도를 적용해 내 체형의 단점이 커버돼서 무척 기뻤습니다. 1cm의 차이는 놀라웠습니다!

 

 

 

 

 

 

 

 

 

 

 

 

 

 

 

 

 

 

 

폴로 칼라 풀오버  

실: hamanaka brillian / 바늘: 6호, 4호 

폴로칼라 풀오버는 디테일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완성까지의 단계가 멀었던... 이렇게까지 뜨개를 어렵게 해야 하나?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니트의 완성된 형태를 보고 나니 어느 과정 하나 빠질 게 없었습니다.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만큼 우리는 배울게 더 많아집니다.

 

 

 

 

 

 

 

 

 

 

 

 

 

 

 

 

 

 

 

 

 

 

 

프리 래글런슬리브 풀오버

실: lang novena / 바늘: 8호,5호

요즘처럼 오버사이즈 디자인이 많은 때에 셋인 슬리브는 예쁘지 않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습니다. 아마도 모든 작업을 같은 방식으로 해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란 무늬를 배치하고 래글런으로 소매를 잇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지도원 과정 중 가장 완성도 있게 나온 작업입니다.

 

 

 

 

 

 

 

 

 

 

 

 

 

 

 

 

 

 

 

래글런형 둥근 요크 풀오버

실: rowan felted tweed / 바늘: 5호, 3호

페어아일 첫 작업이라 스와치를 많이 떠보았는데 처음의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만들어졌습니다. 이 스웨터의 처음 주제는 녹색이었는데 지금은 자주색 스웨터가 놓여 있습니다. 무늬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전통적인 페어아일이 저랑 안 맞아서 취향대로 즐겁게 작업하기 시작하니 속도가 났던 작업입니다. 무늬를 정리하고 탑다운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은 요크 풀오버입니다.

 

 

 

 

 

 

 

 

 

 

 

 

 

 

 

 

 

 

 

 

 

 

앞단과 이어지는 후드 재킷

실: hamanaka sonomono / 바늘: 10호, 7호

졸업작품으로 정한 후드 재킷은 시간 대비 아쉬움이 많습니다. covid-19로 인해, 도중에 멈춘 작업을 다시 잡는 게 어려웠고 급한 마무리가 후회됩니다. 하던 작업은 멈추면 안 된다는! 한번 흐름이 깨지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교훈을... 앞으로 만들어갈 니트들은 아쉬움이 남지 않게 작업하고 싶습니다.

 

 

 

 

 

 

 

 

 

 

 

 

 

 

 

 

 

 

 

 


뜨개는 신경 쓴 만큼 정갈한 무늬를 만들 수 있고 들인 시간에 비례해 결과물이 나옵니다. 틀리면 실을 풀고 다시 뜨면 됩니다. 그 과정들이 녹록지는 않지만 모든 수고들이 모여 편물을 만듭니다. 저를 소개할 수 있는 말 중에 뜨개 또는 니터라 말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인생도 뜨개에 푹 빠져 지내고 싶습니다.